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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의 사업

필리핀 노동자의 노동의 질

by 필프로 2025. 3. 3.

 

 

필리핀을 이야기할 때, ‘노동력이 풍부해서 인건비가 싼 나라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필리핀의 최저임금(Minimum Wage)은 지역별, 업종별로 다른데, 최저임금이 제일 높은 마닐라의 경우 2023년 기준 570페소(일급 8시간 기준), 원화로는 13,680원이고, 26일 일하는 경우 월급으로 14,820페소, 355,680원을 받게 된다(1페소-24: 네이버 기준환율). 한국과 비교했을 경우 한국의 최저임금은 8시간 노동기준 76,960원으로서, 필리핀의 약 5.6배가 된다. 다시 말해 한국사람 1사람 고용할 수 있는 비용으로 필리핀 사람 5.6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이렇게 산술적으로만 보면 정말 인건비가 싸다고 볼 수 있고, 여러분이 필리핀을 여행하실 때, 필리핀의 한국식당이나 로컬 식당에서 한국보다 많은 종업원들이 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필리핀의 임금 수준과 무관하지 않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필리핀에서 필리핀 사람들을 고용하여 사업을 할 때, 인건비가 싸다고 하는 것이 사업을 경영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인가 라는 물음에, 긍정적으로 답할 수 있을까? 산술적으로야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필리핀 사람들의 노동의 질을 생각했을 때 이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 수준을 말할 때, 전체인구에서 상류층과 중산층을 포함한 인구가 약 30%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 말은 반대로 말하면, 70%의 인구는 서민층, 빈민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필리핀의 서민층이라고 할 때, 우리나라의 서민층 보다는 더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사람들(최저임금 또는 그 이하의 임금으로 생활)로서 거의 빈민층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들의 교육환경과도 관련이 있는데,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학교 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인 필리핀에서 서민층, 빈민층의 자녀들이 주로 가는 공립학교 역시 질 높은 교육을 기대하기 힘든다. 이런 이유로 영어를 제 2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는 필리핀에서, 공립 고등학교를 겨우 졸업한 사람들의 경우 영어로의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가 많고, 대학까지 졸업을 해야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정도이다(대학 졸업자도 어느 대학을 졸업 했느냐에 따라 그 수준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집집마다 컴퓨터가 있고, 인터넷 환경이 좋아서 여러 정보에 접근이 쉬어 학교 교육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얻는 정보 역시 많기 때문에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을 하면, 사회생활을 하고 일을 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필리핀의 경우 인터넷 인프라뿐만 아니라 자라면서 듣고 배울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거의 없고, 어디 가서 체험하고 배우고 할 만한 곳도 없어서 같은 나이의 한국 젊은이와 필리핀 젊은이를 놓고 보았을 때, 교육수준이나 사회에 대해 인식하고 있는 여러 관점 내지 지식 수준이 많이 떨어진다.

 

이는 곳 자신이 일하는 업체에서의 업무수행 능력과도 관계가 있어서, 해당 업무가 고도의 지적 수준을 요구하는 업무이건 아니면 식당 웨이터, 웨이트레스 같이 단순한 업무이건 간에 업무를 파악하고 수행하는 능력이 한국 사람보다 많이 부족하여, 사업주가 요구하는 업무처리를 제대로 못 해 내는 경우 많은데, 이는 곧 사업주의 큰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렇듯 임금의 산술적 비교만으로 필리핀이 임금이 싸고, 싼 노동력을 이용해서 사업하기 수월한 국가라고 하기에는 어려우며, 사업주가 원하는 수준의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그 만큼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예컨대, 필리핀에는 콜센터 라고 부르는 외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다. 미국 등의 영어를 사용하는 인건비가 비싼 나라에서 인건비가 저렴하고 영어가 가능한 필리핀 사람들을 고용해서, 고객응대 서비스를 하게 하는 것이 콜센터이다. 이 콜센터에서는 영어가 가능한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가진 필리핀 사람을 고용하는데, 마닐라의 경우 월급이 보통 2만페소 이상에서 시작한다. 이는 위에서 언급한 마닐라 최저 임금보다 약 35%가 높은 수치이며, 경력이 쌓일 수록 3, 4만페소 이상(필리핀에서는 일반 서비스직이나 사무직의 경우 경력이 쌓인다고 해도 월급이 많이 오르지 않는다)을 받는다. 그러나 이런 월급을 많이 주는 외국계 회사 마저도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데, 그 이유는 낮과 밤이 바뀌어서(전화를 걸어오는 미국의 업무시간이 필리핀은 밤시간이다) 근무를 하는 탓에,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못 찾는 필리핀 사람들의 특성상 오래 일을 못하고 그만두기 때문이다.

 

적은 돈을 받으며 본인이 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면 바로 그만 두고 보다 수월한 일을 찾는 것은 물론이며 상대적으로 높은 보수를 받는 직업 조차도 몸이 힘들어 쉬어야겠다, 아퍼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는 사유로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일을 찾는다.

 

또한 필리핀 노동자들을 이야기할 때 많이 드는 사례가 필리핀 사람들은 일, 직장을 우선시 하기 보다는 자기 가족, 개인적인 일을 우선시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안 행사 있을 때, 일요일이나 공휴일로 날짜를 정해 행사를 치루고 되도록이면 직장을 쉬는 일이 없도록 하는데, 필리핀의 경우에는 집안에 누가 생일이거나 하면, 거의 대부분 직장을 쉬고 생일 파티 준비를 하고 파티를 한다. 회사에서 못 쉬게 하면, 아프다 든가 하는 다른 핑계를 대고 안 나오거나 무단 결근을 감행한다. 전화를 하거나 연락을 해도 받지 않고, 다음날 출근해서 시그널이 안 좋아서 전화가 온지 몰랐다는 핑계를 댄다.

 

필리핀에서 사업을 구상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본인이 구상하고 있는 동종의 사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직원을 고용하고, 관리를 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공부를 했으면 한다. 필리핀에서 이미 해당 사업을 하는 사람은 인력 채용, 관리적 측면에서 분명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하고,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는 꼭 이 사업을 하겠다고 하는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필리핀에서의 사업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사전에 준비하고, 공부를 하는 사람만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흔히들 말하는 수업비(실패를 통해 배우는 비용)도 줄 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