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의 비자문제
여권을 외국을 여행하는 대한민국 사람의 신분 및 국적을 증명하는 국제 신분증이라고 한다면, 비자는 여행자가 체류하는 특정국가가 그 여행자에게 일정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허가를 해주는 허가증이라고 할 수 있다. 비자는 필리핀의 경우 그 체류목적에 따라 관광비자(Tourist visa – 9A), 워킹비자(Working visa – 9G), 학생비자(Student visa – 9F) , 결혼비자(Marriage visa – 13A), 쿼터비자(Quota Immigrants visa – 13) 등으로 나눌 수 있고, 필리핀에서 은퇴생활을 하기 원하는 사람에게 필리핀 은퇴청에서 일정금액의 예탁금(비자 종료 시 환불)을 받고 필리핀에서 체류할 수 있게 해 주는 소위 은퇴비자 라는 것이 있다. 앞서 언급한 관광비자, 워킹비자 등은 필리핀 이민국에서 발행하는 비자이지만, 은퇴비자는 필리핀 은퇴청에서 발행한다는 점에서 엄밀히 말하면 비자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필리핀에서 은퇴생활을 목적으로 체류할 수 있고, 자유로운 입출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비자를 받아야 할까? 관광비자는 관광을 목적으로 체류하는 비자이고, 학생비자는 공부를 위한 목적으로 체류를 허가하는 비자이기 때문에 이들 비자로는 필리핀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적법한 비자를 취득해야 하는데, 필리핀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하면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는 워킹비자, 결혼비자, 쿼터비자를 들 수 있고, 은퇴비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는 경우 일을 할 수 있다.
먼저 워킹비자에 대해 설명하면, 워킹비자는 말 그대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비자이다. 필리핀에서 개인 사업자로서 사업을 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개인사업자의 사업체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형식으로 해서 워킹비자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개인 사업자의 사업 규모에 따라 비자를 받을 수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법인 사업자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개인 사업자 보다 신고하는 자본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개인 사업자 보다는 비교적 쉽게 해당 법인의 직원으로 해서 워킹비자를 받을 수 있다. 워킹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서는 절차의 복잡함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신청하여 받기는 힘들고 대체로 대행기관에 수수료를 주고 발급받는데, 보통 3년 짜리 기준으로 대행기관별로 7만페소에서 10만페소 까지 하는 것 같다. 단 이는 워킹비자 대행 비용이고, 워킹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AEP(Alien Employment Permit)라고 하는 외국인 고용 허가증이라는 것을 받아야 하는데, 이 비용은 별도라서 이 비용까지 감안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소위 말하는 결혼비자를 취득하면 필리핀에서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다. 결혼비자라고 하는 것은 한국인이 필리핀 배우자와 결혼을 함으로써 취득할 수 있는 영주 비자인데, 일종의 영주권 개념이다. 결혼 비자를 받는다고 해서 필리핀 시민권을 취득하는 것은 아니고, 단지 필리핀에서 계속 살 수 있다고 하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결혼비자는 필리핀 배우자와 결혼함으로써 마치 필리핀 사람처럼 대우를 받는다는 측면에서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는 돈 안 주고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자라고들 한다. 결혼비자를 가진 사람이 필리핀에서 일을 하는 경우 아무런 제약이 없으며, 심지어 외국인이 일을 할 때 받아야 하는 AEP 조차도 필요 없다.
발급받는 절차는 첫 해는 임시 영주비자(Probationary Residence Visa)라고 해서, 1년짜리 비자를 주고, 그 1년 동안 아무 탈 없이 지내는 경우, 다음해에 영구 영주비자를 받을 수 있다. 필리핀 사람과 결혼할 계획이 있는 사람한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비자라 하겠다. 신청하는 것도 워킹비자 처럼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인터넷에 나와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조금만 신경 쓰면 직접 신청하여 대행기관에 맡기는 대행비를 절약할 수 있다. 대행기관에 맡기더라도 어차피 본인이 대사관도 같이 가야 하고, 필리핀 이민청에도 가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수고하는 것은 마찬가지 인것 같다.
다음으로 쿼터비자 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말그대로 필리핀 정부가 해마다 쿼터(일정 수)를 정해서 파는 영주권 비자이다. 이 비자 역시 필리핀에서 체류하고 일 하는데 제약이 없지만 단점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1년에 약 50명 정도의 쿼터로 비자를 발급하는데, 말 그대로 돈을 받고 파는 비자다 보니 대행 수수료를 포함한 발급비용이 엄청 비싸다. 발급 대행기관 별로 50만 60만 페소에서 100만페소를 넘는 금액까지 부른다고 한다. 이렇게 비싼 비용 때문에 간간히 비자를 받지 못한 사람이 돈까지 환불 받지 못하는 사고도 발생하고, 심지어는 대행 기관이 사기를 치고 잠적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쿼터비자를 발급 받으려는 분들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필리핀 은퇴청에서 발급 받을 수 있는 은퇴비자가 있다. 은퇴비자(SRRV)는 필리핀 은퇴청이 지정하는 은행에 미화 2만달러를 예치하면 받을 수 있는 비자로서 만 50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예전에는 만 35세 이상부터 신청할 수 있었는데, 중국인들에 의한 무분별한 은퇴비자 남발로 사회문제가 되어, 현재 35세 이상 부터의 은퇴비자 신청은 막혀 있고, 50세 이상만이 가능하다.
은퇴비자는 말 그대로 외국인이 필리핀에서의 은퇴생활을 위해 자유롭게 체류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만든 비자이다. 따라서 이 은퇴비자를 받은 자가 필리핀에서 은퇴생활을 즐기는 것이 아닌 일을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이 비자의 원래 취지에서 벗어난 것이라 볼 수 있다. 지금까지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시는 많은 교민분들이 은퇴비자를 받아서 생활하시면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원래는 은퇴비자를 받으신 분들이 또 필리핀 노동청에서 AEP 라고 하는 외국인 노동 허가서를 받아야만 합법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분들 중에는 AEP를 받고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AEP 없이 은퇴비자만으로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최근의 경향은 은퇴비자 소지자에게 AEP를 잘 안내 주려 한다는 이야기도 있어서 은퇴비자로 사업을 하시려는 분들은 잘 알아 보셔야 할 것이다.
끝으로 위에 언급한 비자들 중에서, 단지 관광비자 상태로 사업을 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참 위험한 행동이다. 필리핀 이민국에서 단속이라도 나오게 되면, 자리를 피해 도망 다니거나 재수없어 단속에 걸리게 되면, 필리핀 유치장 신세도 져야 하고, 또 이를 빼내기 위해 많은 돈이 든다. 이민국과의 문제 이외에도 만약에 직원들이 업주가 적절한 비자 없이 관광비자로 있다고 하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역시 직원들과 불편한 관계가 있을 수 있고, 또 필리핀에서 장기 체류하다가(법적으로는 관광비자를 계속 연장하며 3년까지 체류가능) 한국을 나갔다 오는 경우에 필리핀 입국심사에서 의심을 받을 수 있는데, 적절하게 대답을 못하는 경우에는 입국금지 내지 블랙리스트에 올라 영원히 입국이 금지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필리핀에서 사업을 하려는 분들은 이 비자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신중히 고려해서 꼭 적절한 비자를 받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본인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